장애인 차별에 대한 단상. 잡담

https://twitter.com/d8373b/status/943671150134960130

이 만화를 보고 장애인의 현실에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런 차별이 발생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장애인을 동정하고 도와줄 대상으로만 가르쳤지, 
장애인들이 진짜 무엇을 원하고, 장애인들을 접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치지 않으니.


내 경험에 따르면, 한국의 장애인 교육은 장애인을 무시하지 마라, 그들을 도와줘야 할 불쌍한 대상이다, 정도가 전부였다.


초등학교 수련회 때.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을 이해하기 위해 눈을 눈가리개로 가리고 동료와 걸어다니는 체험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장애인들을 끔찍한 고통을 받는 불쌍한 사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내 또래 중에서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여자아이가 한 명 있었다.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능에 좀 문제가 있어보이던 여자아이였다.
아무 때나 울고, 어린아이처럼 말하고,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고. 뜬금없이 이상한 혼잣말 하고.   
그런 상황인지라서 수업할때는 특수반에 가서 특수반 교사와 활동했다.

그 상황에서도 선생이 학생들을 상대로 당부한 내용이 저 정도 수준이었다.
OO도 착한 사람이니 다가가려고 노력해라. OO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니 도와줘라. 
OO도 어떤 면에선 좋은 사람이다.
그 정도로.

장애인을 직접 접한 나도 이렇게 교육받았는데,
장애인을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받은 교육은 오죽했을까?


장애인들이 핸디캡이 있는 건 사실인데,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는 자세를 가지는게 무슨 잘못이냐고?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무조건적인 연민 대상으로만 보기 쉽다.
그게 문제다.
학교에서 가르친 바 없기에, 이들은 장애인들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장애인들의 고충만을 배웠기에, 장애인들의 실제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그들에게 장애인들은, 그저 도와주고 불쌍히 여기면 끝인 존재가 된다.


첫번째 만화처럼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들조차 남이 하도록 하며,
세번째 만화처럼 장애인을 무조건 불쌍한 존재로 띠워주며,
네번째 만화처럼 장애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여 과잉친절을 베푼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이런 배려(?)를 불편해한다. 
장애를 극복하려 부단히 노력하고, 일반인처럼 평범하게 대우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런식의 배려는 거추장스럽고, 자아를 부정받는 느낌일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다는 교육이, 오히려 장애인을 일반인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타자화시켜
장애인들과의 진정한 교류를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런 장애 교육은 위선이다.
장애인들의 실제 소망은 하나도 모르고,
무조건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기만 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진짜 장애인들을 위한 태도가 아니다. 


물론 아직도 장애인이라고 무시하는 한심한 부류도 있다.
(저 링크의 두번째 만화에 나온 의사가 그렇다)
그리고 장애가 무엇인지 이해를 못하는 무지한 부류도 있다. 
그런 부류에겐 위와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 
예전에 장애인들을 무조건적으로 불쌍하고 도와야 할 존재로 가르친 건 그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런 교육이 절실했으니까. 

그러나 이젠 그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장애에 대한 교육은 미흡하게나마 진행되고 있고,
현재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옛날 수준으로 척박하지는 않으니까. 


이제 우리는 장애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자기만족감을 주는 장애 교육을 넘어선, 진짜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덧글

  • 지나가는 2017/12/23 16:53 # 삭제 답글

    동감. 학교에서 배우는 장애인과 활동보조 자격증 강의에서 배우는 장애인은 완전히 달라요. (...)
  • 유월비상 2017/12/23 17:20 #

    활동보조 자격증 강의에선 장애인의 심리와 능력에 대해 상세히 배우나보군요.

    진짜 장애인 인권을 위해서는, 장애인이 어떤 존재인지 정확하게 아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 2017/12/23 18:05 # 삭제 답글

    동감되네요. 저 중학교 때 특수반 있었는데 제대로 된 교육 없다보니 반응이 두개로 나뉘었는데..
    왜 우리 학교에 있는 거야? 와 약간의 연민 으로 전자가 압도적이었지요.
    생각해보면 같은 시민으로서 어떻게 비장애인과 조화를 이를지에 대해서 고민이 부족했던 거네요
  • 유월비상 2017/12/23 18:10 #

    장애인의 고충을 이해하는 교육은 그나마 있는 편인데, 장애인이 실제로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장애인을 대할지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다시피한 게 문제죠.

    글고 특수반 문제는 얼마 전 양천구에서 벌어진 논란에서 보듯 특수학교가 부족해 일반학교에서 가르치게 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7/12/23 18:43 # 답글

    장애인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주는건 좋으나, 불편한 선입견이기도 합니다. 방송에 나온 게 있습니다. 경찰 두 명이 장애인 한 명과 실랑이를, 민간인 한 명도 도와줄려다 실랑이를. 전철 지하통로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는데 도와주겠단 경찰과 민간인, 그걸 거부한 장애인. 어두워질때까지 실랑이를 하다, 결국 장애인 스스로 하라는 결정이 났고. 그 장애인은 보란듯이 혼자 내려갔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있었거든요. 휠체어를 걸어 계단에 내려가는 기계였나? 그걸 통해 쉽게 내려가니까 경찰 두 분과 민간인은 놀라워하면서도, 부끄러워 했습니다. 특히 경찰 한 분의 말.

    " 우리가 도와줄려고 했던 행동이 그 분한테 엄청난 피해로 왔다. 우리가 선입견으로 그 분을 대했네요. 정말 장애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

    이 방송 내용을 보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인식... 그러고보니 장애인이랑 같이 어울려준단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죠. 저로서 장애인을 대하는 것은, 인간 사회 전체가 바꿔야 가능할 일이라 봅니다. 그러나 PC들이 장애인을 대하는건 위에 언급한 방송 내용보다 끔찍한 짓거리를 가하지만요.
  • 유월비상 2017/12/24 00:19 #

    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적어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의 이름으로 장애인들을 불쾌하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 말초 2017/12/24 11:32 # 답글

    니체의 도(道)를 깨우치셨군요 축하합니다
  • 유월비상 2017/12/24 15:02 #

    이게 니체랑 관련이 있나요?
  • 말초 2017/12/24 15:12 #

    니체는 약자를 연민하지 말라고 했죠

    사람은 자기 삶에 주인으로 살아야만 하는데 연민하면 그 사람들을 주인이 아니라 자꾸 노예 상태로 유예시키는 거라고 믿었어요 - 니체는 거지를 혐오했고 베풀려면 태양처럼 보답을 바라지 말고 베풀라고 했고 집침대가 아니라 야전 침대가 되라고 했죠. 일시적으로 잠시 누울수는 있어도 영원히 머물수는 없도록요.
  • 유월비상 2017/12/24 15:21 #

    그런 의미였군요.

    무조건적 연민이 부적절하다는 덴 동의합니다만, 너무 나간 것 같습니다. 극복할 수 없는 선천적인 한계 정도는 생각해야지...
  • 말초 2017/12/24 15:29 #

    그러나 니체는 약자를 향한 연민을 절대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수성이 너무 풍부한 사람이었지요

    이 사람 최후가 진짜 니체답다구 해야 하나? 비오는날 마부에게 채찍질 당하는 말을 지키려고 혼자 생난리치다가 물웅덩이에 미끄러지고 시름시름 앓더니 그대로 서거합니다.
  • 채널 2nd™ 2017/12/24 15:13 # 답글

    (솔직히 말해서 감정 조절이 안되어 의사 소통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장애자들과는 두번 다시 섞이고 싶지 않습니다. 무슨 무슨 피해 의식으로 똘똘똘 말린 듯한...)

    그래서인지, 길 가다가 장애자들을 만나도 ... 걍 '시크하게' 지나칩니다. 특히, 맹인이 용감하게 짝대기 하나 들고 지하철이며 보도를 막 다니는 모습을 보지만, 내가 딱히 도와줄 부분은 아니고, 더군다나 그 사람이 나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도 않는 이상은.
  • 유월비상 2017/12/24 15:22 #

    네. 먼저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가만히 냅두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오더즈 2018/01/02 23:23 # 삭제 답글

    참 미묘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만화 같은 경우는 명백하게 편견이긴 하니까 고치긴 쉬울 겁니다. 그런데 넓은 맥락에서 '약자로 보이는 집단' 전체를 살펴보면 미묘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을 타면서 나이들어 보이는 분들에게 양보할 때도 '내가 늙어보이냐'며 버럭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더 예전에는 남자와 여자가 같이 차를 타면 남자가 먼저 내려서 여자가 내리기 전에 문을 열어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배려받을 대상 집단은 변하는 거지만, 완전히 없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는 위 트윗처럼 조금만 어느 집단에 상처를 주면 그게 소문이 나버리는 거죠. 만약 저기서 실제 사례 동영상이 올라왔으면 당사자는 배려심 없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조리돌림당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결국 개개인의 대책은 위의 몇몇 분들 언급처럼 '무시'로 귀결되는데, 이게 사회 전반에 있어서는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걱정입니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안심하고 교류할 수 있는 건 동류집단으로 점점 한정되고, 그에 따라 개인 간의 연개도 점점 힘들어지게 될 겁니다.
  • 유월비상 2018/01/06 15:58 #

    장애인들에 대한 무시와 폄하가 아니라, 장애인들을 '위해준다는' 방식의 편견이라 고치기 더 어렵습니다. 전자는 노골적이라 인식도 쉽게 되는데 후자는 그게 어렵거든요. 배려가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좋지만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인터넷의 조리돌림 문화가 현상을 악화시킨 면이 있습니다. SNS로 소수의 의견 맞는 집단끼리만 교류하는게 일상이 되니 더 심해졌어요. 무서워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 지경입니다.
  • 제트 리 2018/02/09 23:23 # 답글

    저도 요양 관련 자격증을 따면서 느낀 게 많았죠.. 개인적으론 시간이 더 지나야 될 거 같긴 합니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장애인은 비슷하네요
  • 유월비상 2018/02/15 13:14 #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개선이 되야겠죠.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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